지난 글에 이어서 "다양한 시각으로 본 분류 기준" 두 번째 이야기로 우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단백질과 비타민 등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우유, 과연, 우유는 음식일까요? 아니면 음료일까요?
우유는 음식일까, 음료일까?
지난 글에서는 토마토 이야기해 보았어요. 씨앗이 있어 식물학적으론 분명 과일인데, 대다수 사람들은 채소 코너에서 망설임 없이 집어 들고 요리 재료로 활용하죠.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것들 중에는 겉보기에 명확해 보여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분류들이 존재하죠.
오늘은 그 익숙한 혼란의 주인공 중 식탁 위, 혹은 냉장고 문을 열면 늘 보이는 ‘우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유는 음식일까, 음료일까?" 어떤 사람들은 당연히 마시는 '음료'라 할 테고, 또 다른 사람들은 식사 대용으로 든든한 '음식'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릅니다. 흰 액체 한 잔에 불과한 우유도 역시 정체성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걸까요?
영양학과 소비 문화적 관점
여러 매체에서 과거에는 종종 우유에 대해서 '완전식품에 가까운 식품'이라는 말을 하곤 했어요. 요즘은 잘 못본 것 같기는 한데, 하여간 그런 말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기도 하죠. 우유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3대 영양소를 균형 있게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칼슘, 인과 같은 미네랄과 다양한 비타민(특히 비타민 D, B12)이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합니다. 우유 한 잔은 하루 단백질 권장량의 약 20%를 채워주고, 칼슘과 비타민 D는 성장기 어린이들의 뼈와 치아 발달은 물론, 중장년층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기여하는 핵심적인 식품이라고 하죠.
단순히 갈증을 해소하는 액체가 아니라, 이처럼 다양한 영양소를 통해 신체 유지와 성장에 필수적인 에너지를 제공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우유는 분명 ‘식사’의 한 부분 혹은 ‘식사 대체제’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을 거예요. 실제로 학교 급식이나 병원 식단에서는 우유를 '주요 식품군'으로 분류해 주요 영양 공급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와 용도에 따라 우유가 음식인지 음료인지에 대한 기준은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침 식탁에서 시리얼과 함께 든든한 한 끼를 구성할 때는 '음식'의 동반자이지만, 오후에 갈증이 나 냉장고에서 꺼내 벌컥벌컥 마실 때는 영락없는 '음료'입니다. 마트의 음료 코너에 주스, 탄산음료와 나란히 진열되어 있거나, 여름철 시원한 우유 음료 레시피의 주인공이 되는 모습은 우유의 '음료'로서의 정체성이 강조되죠. 카페에서 따뜻한 라떼 한 잔으로 변신하여 완벽한 '음료'가 되기도 하고, 베이킹 재료로 들어가 케이크나 빵의 '음식'적 풍미를 더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소비 방식의 차이는 비단 개인의 습관뿐 아니라 문화적인 배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구권에서는 아침 식탁에서 우유가 시리얼, 빵과 함께 주식의 한 형태로 자리 잡은 반면, 동아시아의 전통 식문화에서는 상대적으로 음료로서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경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유제품이 소비되면서, 마시는 요구르트나 치즈처럼 '음료'에서 '간식' 혹은 '식품'으로 확장되는 우유의 다면적인 모습들이 강화되고 있어요. 소비자의 필요와 문화적 맥락이 우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재정의하고 있는 것이죠.
산업과 법률의 분류
영양학적 가치나 소비자의 사용법 외에, 우유의 정체성을 둘러싼 중요한 축은 바로 산업과 법률입니다. 어떤 용기에 담겨 어떻게 가공되느냐에 따라 우유는 '음료' 코너에 진열될 수도 있고, '유제품' 코너에 따로 분류될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제빵 원료나 유제품 가공품(치즈, 버터 등)의 형태로 '식품' 원료가 되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히 진열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생산 과정, 유통 방식, 심지어 마케팅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더 나아가, 법률적 정의는 이러한 분류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때로는 경제적인 파급 효과를 보이기도 하죠. 우리나라의 경우, 식품위생법과 식품공전에서는 우유를 '식품'의 범주에 포함시키면서도, '음료류'의 세부 분류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우유는 '마시는 식품'으로서 이중적인 위치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법적 분류는 특정 성분 함량 기준, 위생 관리 지침, 심지어 광고 문구에 대한 제약까지, '음료'와 '식품'이라는 분류는 세금 부과 방식이나 수출입 관세 등 거시적인 경제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최근 '식물성 대체우유'의 표기 논란처럼, 우유의 정의와 경계는 단순히 학술적 문제를 넘어 산업과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법적, 행정적 이슈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19세기 미국에서 토마토가 채소로 분류되어 관세가 부과되었던 사례처럼, 우유 역시 법률의 잣대 아래에서는 그저 하나의 '상품'으로서 정밀하게 분류되고 규정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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